발가는 데로/답사

무르익는 봄기운을 따라 동해 약천온천실버타운으로

하늘무지개 2022. 5. 31. 07:02

무르익는 봄기운을 따라 동해 약천 온천실버타운으로 ('22,5,11) 강원 동해시 석두 골길 145(망상동)

조선조 영조 때 김천택이란 분이 "촌음을 아껴 쓰라"는 시구를 남겨셨다. 앞뒤 문장은 까마득하게 잊어 먹고 촌음을 아껴 쓰라에 "아이"를 하나 덧붙여서 "아이야 촌음을 아껴 쓰라"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시구에는 "아이"라는 말은 없는 것이다. 왜 이 말을 하느냐 하면 촌음 즉 순간적인 짧은 시간일망정, 이 순간은 인생에서 다시는 오지 않는 너무나도 귀중한 시간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부터다. 아이 때는 이 말이 무슨 말인지 전연 이해를 하지 못했다. 아니 성인이 되었어도 귀에 들어 오지 않았다는 것이 정답이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그것도 7, 80대가 되어서야 비로소 촌음을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선인들의 말씀이 더욱 저리도록 가슴을 파고드는 것이다. 그래서 아이 때부터 이 귀중한 시간을 알고 알차게 보내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 싶어서이고, 몰라서 이행하지 못한 한탄스러운 아쉬움이 있어서 이다.

언제 왔나 싶던 봄이 벌써 저 멀리 사라지고 여름 기운이 온누리에 가득하다. 이렇게 시간은·계절은 순식간에 지나간다. 아이 때는 느끼지 못했고 몰랐다. 아니 아무렇지도 않았다. 80을 넘는 지금은 완전히 다르게 다가온다. 영원히 오지 않은 이 순간·이 시간은 인생에 너무나도 귀중한 시간이다.

이른 아침에 들뜬 기분을 진정시키면서 핸들을 잡는다. 과거에 모시든 분이 동해시 약천온천 실버타운에 객실을 예약하여 두었다고 함께 가자고 하여서다. 동해의 푸른 물결이 넘실대는 정경이 눈앞에 어른 거린다. 원주를 지나면서 고속도로가 거의 비어 있다. 코로나로 인한 규제도 풀어 주어서 오가는 차들이 많을 줄 알았으나 한산하다. 그래서 맘 편하게 주위의 경치를 살피면서 갈 수 있었다. 달리는 차창에 아카시아 향기가 스며들고, 눈은 싱그러운 신록에 매료되고, 공기는 한없이 신선하다. 이 모두가 살아 있슴으로 해서 맛보는 삶의 환희요 감미로움이다.

드디어 당도한 실버타운 주차장에서 내리는데 이게 웬일이지요? 눈이 그렇게 시릴 수가 없다. 마치 자랄 때 고향집 마당같이 정겹다. 그때는 공해라고는 있을 수도 없고 하여, 한낮이 되면 내리 쬐이는 햇빛에 눈이 시러웠다. 그로부터 수십 년 동안 햇빛에 눈이 시러웠던 것은 까막게 잊고 살았다. 그러던 것이 여기 강원도 약천온천 실버타운 마당에서 연출이 되고 있는 것이다. 얼마나 감격스러웠는지 모른다. 이게 다 살아 있슴으로 해서 느끼는 환희다. 이러한 삶의 순간순간이 소중하고 가슴 벅찬 것이다.

약천골 깊은 골짜기에 아담한 실버타운이 동해바다를 내려다보고 있는 아늑한 곳이다. 수년 전에 산불로 타버린 산록에는 화마를 면한 나무가 간간히 서있고, 풀들이 덮고 있어서 마치 알프스 목장의 초원 같다. 실버타운은 건물도 현대식으로 깨끗하고, 일상생활하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편의 시설이 있고, 병원, 극장, 운동기구, 취미생활도 할 수 있도록 각종 시설들을 고루 갖추어 두었다. 황혼의 노인들이 집을 팔고 여기서 노후를 보낸다는 사람도 만났다. 공기도 좋고 경치도 좋고.... 하면서 자랑을 늘어놓는다. 우리도 짐을 풀고 지하의 온천탕에서 몸을 풀었다. 식사도 끼마다 메뉴가 다르고 질도 괜찮은 편이다. 며칠 쉬어 가는 데는 이보다 좋은 곳이 드물 것 같다. 2박 3일 동안 인근의 촛대바위랑 무릉바위 등 여러 곳을 둘러 보고 왔다.

나이가 들고 늙어 가면서 지난날 인생을 돌아 본다. 고향산천 떠나서 물설고 낮설은 실버타운에서 여생을 즐기는 것인가, 보내는 것인가 오직 그날을 기다리는 것인가? 그동안 살아온 순간순간이 얼마나 귀중했던가.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한 평생을 뒤돌아 보면 매 순간 마다가 얼마나 소중하다는 것을 비로소 깨 닫는다. 후회도 있고 자랑할 것도 있었다. 그런데 "아이야 촌음을 아껴 쓰라" 이 뜻을 알았을 때는 이미 늦어도 한참 늦었을 때다. 이제 "사람들아 촌음을 아껴쓰라"라고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