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가는 데로/답사

시화 기계 공구상가 둘러보고

하늘무지개 2022. 8. 27. 15:09
시화 기계 공구상가 둘러보고

유튜브를 보다 보면 소형 공작기계를 열심히 소개·설명하는 사람이 있다. 선반이나 드릴머신 같은 것이다. 평소에 기계 같은 것에 관심이 많았고, 호기심도 많아서 현직에 있을 때 전공은 아니지만 이런저런 기계들을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관계로 웬만한 기계는 보면 기능과 이름 정도는 알고 있었다.

현직에 있을 때는 주어진 일만 하다가, 정년퇴직을 하고 나서는 평생을 몸담고 살았던 직장과는 동떨어진 삶을 살게 된다. 취미생활을 하는 것도 수준에 맞는·간편성이 있는 말 하자면 등산, 서예 등 이런 것을 찾게 된다. 기계 같은 것을 이용한 제작은 애초에 꿈도 꾸지 않았다. 넓은 공간이 있어야 하고 설비도 갖추어야 하는 생산공장 같은 것이지 취미생활로 이러한 시설을 한다는 것은 일반인의 취미생활 범주를 벗어나는 일이었다.
그런데 산업이 발전하고 첨단화·소형화·디지털화하는 과정에서 특히 중국산 소형 선반, 밀링, 드릴 등 공작기계들과 목공기계들이 가정에서 개인이 취미용으로 좁은 공간에서 사용할 수 있을 만큼 소형화되고 값도 가전제품 수준으로 떨어지다 보니 일반인들이 취미생활용으로 이용할 수 있는 상태가 되었다. 

세상이 이렇게 급변할 줄을 아무도 예측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앞으로 취미생활을 위해서 적당한 환경과 공간을 확보하려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이제 와서 이러한 기계들을 장만하여 무엇인가 내 손으로 만들어 보려는 취미생활(DIY)은 나이도 있고 하여 변명 같지만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유튜브에서 외국인들이나 국내의 일부 젊은이들이 이러한 DIY를 즐기고 있는 것을 볼 때 마냥 부럽기만 하다.

달포 전에 모일간지에서 시화기계공구상가에 대한 기사를 접하고 혹시 내가 바랐던 것이 있을까 하여 호기심도 생기고, 맘도 달래보려고 하여 내 눈으로 직접 둘러 보기로 하고 상기 상가에 들렀다. 기사내용과 같이 설렁한 상가에 중고 기계들이 비닐을 덮어쓰고 한가로운 상가를 메우고 있었다. 지금까지 우리가 노력해 온 것이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되는 것 같은 심정을 억누를 길 없었다. 불과 몇 년 사이에 그 잘나가던 나라를 이 모양으로 만들어 놓았나 싶어서 서글픔이 북받쳤다. 동시에 실낱같은 나의 취미생활 꿈도 허공으로 날아가고 있는 것인가...?

- 宇賢 모닥불 文浩一 -

2022년 8월 8일